작년 11월, 한 SaaS 스타트업의 마케팅 리드한테 링크드인 DM이 왔다. "저희 대표가 링크드인에 올린 포스트 하나가 엔터프라이즈 미팅 4건으로 이어졌는데, 이게 한 달 광고비보다 효과가 좋았어요. 근데 이걸 어떻게 시스템화하죠?" 이 질문이 2026년 B2B 콘텐츠 마케팅의 가장 뜨거운 화두를 정확히 관통한다.

AI 콘텐츠가 넘쳐나면서 생긴 역설

Content Marketing Institute의 2026년 리서치를 보면, B2B 마케터의 95%가 생성형 AI를 콘텐츠 제작에 쓰고 있다. 그런데 실제 성과 개선을 체감하는 비율은 39%. 나머지 61%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대부분 AI로 "더 많이, 더 빨리" 찍어내는 데 올인했다. 블로그 포스트 양산, 이메일 시퀀스 자동화, SNS 글 대량 생산. 결과는 참혹하다. 검색 결과에 비슷비슷한 글이 쏟아지고, 바이어는 점점 더 무감각해졌다. 콘텐츠 생산 비용은 떨어졌는데, 영향력도 같이 바닥을 쳤다. 양을 늘려서 이기는 게임은 이미 끝났다.

소트 리더십이 갑자기 뜬 게 아니다 — 측정이 가능해진 거다

소트 리더십이 새삼스러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2026년에 유독 투자가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효과를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링크드인이 올해 초 공개한 B2B 마케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크리에이터와 소트 리더십에 투자하는 B2B 기업의 비율이 전년 대비 23% 뛰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콘텐츠 소비 경로가 "검색 → 클릭 → 이탈"에서 "사람 → 신뢰 → 전환"으로 바뀌었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한 곳들이라는 점이다.

구글의 알고리즘도 같은 방향을 밀고 있다. E-E-A-T — 경험(Experience), 전문성(Expertise), 권위(Authoritativeness), 신뢰(Trustworthiness) — 가 랭킹 시그널로 계속 강화되면서, "이 글을 쓴 사람이 실제로 이 분야의 현장에 있는가"가 노출 순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회사 블로그에 이름 없이 올라간 "AI 트렌드 총정리" 같은 글은 점점 밀려나고, 특정 인물의 실제 경험에 기반한 글이 올라오는 구조다.

실전: 시스템으로 만드는 3단계

이론은 충분하다. 실제로 어떻게 돌리는지가 문제다.

뾰족한 관점 뽑아내기. 대부분의 실패가 여기서 시작된다. "AI가 미래입니다" 같은 뻔한 이야기를 대표 이름으로 올리는 것. 그건 전문가 콘텐츠가 아니라 그냥 카피라이팅이다. 핵심은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우리가 시리즈B 때 이 기능을 일부러 안 만든 이유", "고객이 원한다고 해서 만들었다가 매출이 반토막 난 이야기" — 이런 날것의 경험.

마케터가 대필하되, 목소리는 건드리지 않기. 대표가 직접 매주 글을 쓸 시간은 현실적으로 없다. 그래서 인터뷰 → 초안 → 검수 프로세스를 만든다. 이때 가장 흔한 실수가 글을 너무 매끈하게 다듬는 것이다. 실제 그 사람의 말투, 비유, 심지어 약간의 거칠음이 남아 있어야 진짜처럼 읽힌다. AI로 초안을 뽑되 톤은 반드시 원본 인터뷰 녹취에서 가져와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배포는 링크드인 네이티브 먼저. B2B에서 리더십 콘텐츠의 1차 전장은 링크드인이다. 블로그에 긴 글 올리고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은 인게이지먼트가 바닥이다. 링크드인 네이티브 포스트로 핵심 메시지를 먼저 올리고, 깊은 내용은 블로그로 유도하는 2단계 구조가 반응이 2~3배 높다. 한 가지 팁 — 링크드인 포스트에 외부 링크를 바로 넣으면 알고리즘이 노출을 깎는다. 첫 댓글에 링크를 넣는 게 아직도 유효하다.

크리에이터 마케팅과 뭐가 다른가

지난 글에서 B2B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다뤘는데, 혼동할 수 있다. 차이는 명확하다.

크리에이터 마케팅은 외부 전문가의 영향력을 빌리는 것이고, 소트 리더십은 내부 인물의 전문성을 콘텐츠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 다 "사람 기반"이라는 점에서 같은 흐름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 크리에이터가 떠나면 그 영향력도 같이 사라진다. 반면 대표의 링크드인 팔로워 5만 명, 업계에서 쌓인 신뢰, 이건 회사가 존재하는 한 계속 복리로 쌓이는 자산이다.

물론 이상적인 건 둘 다 하는 것이다. 외부 크리에이터로 새 오디언스에 닿고, 내부 리더십 콘텐츠로 신뢰를 굳힌다.

이건 프로세스 문제가 아니라 문화 문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트 리더십을 "콘텐츠 전략"으로만 접근하면 반드시 무너진다. 대표가 자기 실패를 공개적으로 꺼낼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마케팅팀이 대표의 캘린더에서 매주 30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잘 쓴 글"보다 "진짜 이야기"가 먼저다. 도구와 프로세스는 그 다음이다.